축구를 가끔 접하는 분들은 포메이션과 시스템을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한 차이가 있죠.
쉽게 설명하자면 포메이션이 '선수들의 기본 배치도'라면 시스템은 '그 배치를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비유를 하나 들어볼까요?
포메이션은 체스 게임을 시작할 때 말들의 초기 배치와 같습니다.
반면 시스템은 그 말들을 어떻게 움직여서 게임을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죠.
실제 사례를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4-3-3이라는 동일한 포메이션을 사용하더라도, 감독마다 전혀 다른 색깔의 축구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르디올라의 경우, 4-3-3을 기본으로 하되 중앙 미드필더 로드리를 센터백 사이로 내리고 풀백들의 위치를 조정해 3-1-3-3으로 변형시켰습니다.
이것이 바로 과르디올라만의 시스템이었죠.
과거 리버풀의 클롭은 어떨까요?
같은 4-3-3이지만, 중앙 공격수 피르미누를 의도적으로 내려서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고 이때 생기는 공간을 마네와 살라가 파고드는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이것이 클롭 감독만의 시스템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최근 들어 포메이션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경기 전에 발표되는 포메이션은 이제 참고사항 정도가 됐죠.
실제 경기에서는 3-2-5, 2-3-5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니까요.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건 '시스템'입니다.
같은 3-2-5 구조를 쓰더라도 어떤 감독은 후방 3명의 안정적인 빌드업을 중시하고 또 다른 감독은 측면 활용에 집중하는 등 각자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죠.
결국 포메이션은 축구라는 그림의 기본 틀이고,
시스템은 그 틀 안에서 감독이 그려내는 독특한 색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의 진정한 실력은 바로 이 시스템을 통해 드러나는 것입니다.